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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패션업계의 보루, 개성공단이 풀어야 할 과제

뉴스일자: 2006년05월02일 22시32분

인근비 저렴 한 반면 원산지 표기, 숙련 인력 공급 문제 등 해결해야 


 
 
최근 섬유패션 업계 인사 130여명이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해 추가 투자 가능성을 타진했다. 개성공단은 고착화 되고 있는 남북 분단의 벽을 허물고 긴장관계에 있는 남북한을 화해무드로 이끌어 냄은 물론 한민족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큰 프로젝트다.

 

섬유패션업계는 그런 큰 의미의 해석 보다 당장 어려움에 봉착한 업계가 개성공단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타진하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난달 19일, 방문단 대부분이 처음 북한 땅을 밟는 까닭에 약간의 흥분과 상기된 분위기였지만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눈빛 만큼은 매우 진지했다.
 
 
이번 시찰의 주요 핵심은 지금까지 신원, 문창기업, 좋은사람들 등 주로 패션봉제업체 위주로 진출한 개성공단에 추가로 직물과 염색 더 나아가 원사공장과 같은 미들스트림(제직·염색가공), 업스트림(제직·염색가공) 분야의 진출이 가능할 것인가를 타진하는 것이었다. 방문단은 먼저 진출해 터전을 잡은 신원과 문창기업을 방문하고 건설업체인 현대아산을 방문, 여러가지 문제들을 타진했다.


개성공단을 시찰한 섬유패션업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업계가 개성공단을 잘 활용한다면 현재 당면한 위기를 돌파함은 물론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도전을 뿌리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었다.


섬유패션업계 인사들은 양질의 북한 노동인력과 월 임금 57.5달러의 저렴한 인근비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여기에다 언어 소통이 원활하고 산업 인프라가 구축된 남한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도 이점으로 보았다. 경의선 철도가 연결되면 훨씬 수월한 물류기반이 구축될 수 있다는 데도 주목했다. 여기에다 남북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에도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원산지 표기 문제다. FTA가 추진된 싱가포르나 동남아시아 그리고 러시아, 중국 등 비서방 국가로의 수출길은 열려 있지만 유럽, 미국, 일본 등 서방 국가로의 수출이 막혀 있는 것을 풀어야 한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는 미국과의 FTA가 체결되면 이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지만 업체들은 이 문제가 우선 마무리 돼야 진출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북한 노동인력이 남측 관리인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고 인근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숙련된 기술인력이 우리 측의 기대 만큼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봉제공장의 경우 어릴 때부터 기술을 익혀온 장기 근속 숙련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순 기능직 외에 대학을 나온 고급인력에 대한 공급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장의 규모도 지금 지어진 것 보다는 더 대규모로 가야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중남미나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우리나라 봉제업체들의 규모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원이나 문창기업의 경우 500~600명 선인데 그 정도의 규모로는 소규모 공장에 속하기 때문에 원가경쟁에서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봉제공장의 진출은 이루어졌지만 원부자재를 모두 남쪽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미들·업스트림의 진출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업계 인사들은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용수시설과 오폐수시설이 건설되고 있는데 이 설비들이 완료되는 내년 상반기경에 미들스트림 분야의 진출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또한 아직은 대규모 직물공장이나 염색가공 공장을 남한의 전문 공단 규모로 가져 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규모 직물공장과 염색가공 공장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전력공급과 용수 오폐수처리시설이 추가로 건설돼야 한다. 그렇지만 내년에 6만톤 규모의 용수시설과 3만톤 규모의 오폐수 처리시설만이라도 완공되면 이들 미들·업스트림 업체들을 선별적으로 진출시킬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미들·업스트림 분야의 진출이 당장 용이하지 않다면 우선 남한과 북한간의 물류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통관절차 간소화와 함께 육로가 아닌 철도를 이용한 물류이동도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


정치적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 물류이동이 지체되지 않토록 정치문제와 경제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지 않도록 북한 측을 이해시키는 것도 우리 정부가 풀어내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다 현재 현대아산이 공단진출 기업에 지어주는 공장 건축비용이 높다는 것도 개성공단이 넘어야 할 벽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개성공단은 위기에 직면한 섬유패션업계에 마지막으로 던져진 보루이긴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이번 방문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같은 장벽들이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섬유패션업계는 남북 화해와 한민족 경제발전의 최선봉에 서서 개성공단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미 진출한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다소 고전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이들도 없진 않지만 그것은 미개척지인 처녀봉을 오르는 기업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도 같은 것이다.


항상 선두에 선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 이를 극복하고 성취한 결과에는 벅찬 희열이 따른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우리 업계가 지금까지 개성공단 진출에 선두자리를 지켰듯이 앞으로도 총 200만평 공단 조성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어쩌면 이같은 우리 섬유패션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개성공단을 가로막고 있는 큰 장벽들을 하나씩 허물어 나가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조영준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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