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텍스타일뉴스 패션뉴스 기계뉴스 베스트뉴스 포토뉴스 플러스뉴스 prnews




르포-[이트마 밀라노] 취재기

뉴스일자: 1995년10월22일 00시00분

밀라노 두오모 광장과 명품 샵이 즐비한 몬테 나폴레오네(Via Monte Napoleone ) 거리

1995년 10월 19일 새벽 2시(현지시간) 대한민국 이트마(MILANO ITMA:밀라노 이트마) 참관단을 태운 이탈리아(알리딸리아 항공) 여객기는 안개가 자욱한 베네치아(베니스) 공항에 우리들을 내려놓았다. 서울 김포공항을 떠난 지 무려 20여시간이 지나 이탈리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우리는 김포공항에서 KAL기를 타고 영국 런던 공항에 내렸으며 그곳에서 알리딸리아 항공으로 바꿔 이탈리아로 향했다. 밀라노로 바로 가는 비행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 런던을 경유 할 수밖에 없었다.

안개로 인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악조건 속에서 비행기는 목적지인 밀라노에 내리지 못한 채 하늘을 여러번 선회하다 결국 안개가 다소 약한 베네치아(베니스)에 착륙한 것이다.

베네치아와 밀라노의 거리는 서울에서 대구까지 갈 만큼 먼 거리였다. 오랜 비행으로 피로에 지친 우리 일행은 적막한 베네치아 공항에서 추위와 배고픔으로 떨고 있었다. 이탈리아 시간으로 새벽 2시경 이였으므로 비행기 이착륙이 거의 없어 공항은 매우 한산했다. 공항은 직원들의 파업으로 업무가 거의 정지돼 있었다.

알리딸리아 항공사는 우리들을 내려놓고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항공사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고 공항 측에서는 항공사와 해결하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피곤에 지친 우리들은 감정이 극에 달했다. 우리 일행 중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나서 항공사에 대책을 촉구했다. 항공사는 파업으로 인해 직원 동원이 안되고 새벽이라 차량 확보가 어렵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우리 보다 늦게 내린 일본인들은 잽싸게 항공사로부터 차량을 지원 받아 밀라노로 떠나고 있었다. 이탈리아도 역시 동양인들을 가려서 대우하는가 라며 탄식이 쏟아졌다. 먼 이국 땅에 와서 당하는 차별은 우리에게 서러움과 함께 국가의 국력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새삼 느끼게 했다.

몇몇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항공사는 서둘러 차량을 확보했다. 대형 버스를 구하지 못해 심야택시와 항공사 직원들이 나와 그들의 승용차로 우리 일행을 밀라노까지 수송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일행은 4명이 한 조가 돼 승용차를 타고 밀라노로 향했다. 내가 탄 승용차는 항공사 직원의 것으로 좀 낡은 BMW였다. 운전사는 다리가 약간 불편한 신체 장애자였다. 그는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를 시속120~130키로 이상으로 달렸다.

앞자리에 앉은 일행이 '슬로우! 슬로우!'를 외치며 천천히 갈 것을 주문했다. 뒷자리에 앉은 나도 두려움이 밀려왔다. 잘못하면 가족도 못 본 채 이탈리아에서 생을 마감 할 것 같은 마음에 불안하고 초초했다. 이런 심정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차를 함께 탄 일행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운전자는 우리들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대부분 과속을 하고 있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데 저렇게 과속해도 되는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고풍스런 풍경을 가진 호텔 주변 전경
고풍스런 풍경을 가진 호텔 주변 전경
"이탈리아(이태리) 사람들 성질이 급하다고 하더니 우리 보다 더 심하군."

우리들은 한국말로 이탈리아인들을 흉보며 초초함을 달랬다. 새벽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은 대부분 대형 트럭이였다. 이들 트럭들은 차량 앞뒤에 야광판과 안개등을 철저하게 붙였고 이 때문에 운전자가 멀리서도 식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야광판과 안개등을 갖추지 않으면 고속도로를 통행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베네치아는 3일에 한번 꼴로 안개가 끼고 안개 때문에 대형 사고들이 수시로 터진다고 했다. 이탈리아에 비해 우리나라의 교통 규제는 너무 느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탈리아도 무법천지나 다름 없었다. 안개 지역을 과속으로 달리는 차를 제어할 만한 장치가 보이지 않았다. 사고가 난다면 아주 대형 사고가 나겠구나 생각했다. 100여개의 운하가 있는 물의 도시, 산타루치아의 진원지 베네치아를 뒤로 한 채 안개 속을 3시간 가량 달려 우리는 목적지인 밀라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이 묵은 호텔은 밀라노시 외각에 자리 잡고 있었다. 특급은 아니였지만 한국식으로 무궁화 넷은 되는 호텔이라고 했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농촌 같은 들판에 4층짜리 낡은 건물에다 주변에 온통 나무로 덮여 있는 이런 호텔이 무슨 1급 호텔이란 말인가. 우리는 여행사가 경비를 줄이기 위해 하류 호텔을 예약한 것으로 잠시 오해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현대식 호텔보다는 전통 있고 고풍스러운 호텔에 더 후한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특히 정원이나 주변 환경이 자연 친화적인 것을 더 고려한다고 했다. 이 호텔도 100년 이상 된 이탈리아의 전통을 간직한 호텔이라고 했다. 이곳 저곳을 돌아보니 과연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했다.

계단에서부터 객실 침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오랜 연륜이 베인 흔적이 역력했다. 통나무로 지어진 옛날 건물에 현대식 기기들을 적절하게 매치 시켜 놓았다. 식당과 화장실,엘리베이트 각종 전기기구들은 모두 현대식 제품으로 교체돼 있었다. 바깥은 온통 나무들로 들어차 호텔이라기 보다 공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객실 바깥에는 수영장이 있고 뒷편에는 사우나장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호텔 정원은 가을을 알리듯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들었고 낙엽이 하나 둘씩 떨어지고 있었다.

1995년 ITMA가 개최된 전시장 전경
1995년 ITMA가 개최된 전시장 전경
다음날 우리 일행은 호텔에서 나와 밀라노 도심지에 위치한 이트마(ITMA) 전시장을 방문했다. 요란한 기계소리와 전세계에서 방문한 관람객의 인파 속에서 한국 섬유산업과 섬유기계산업이 어디쯤 와 있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먼 거리만큼이나 한국의 섬유산업과 기계산업도 아직은 유럽에 근접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꼈다. (이탈리아 ITMA 전시회 특집 기사 참조).

공식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밀라노시 관광에 나섰다. 유럽 최대의 성당 가운데 하나(세계 2번째 규모)인 두오모(DUOMO) 성당과 그 주변에 즐비한 관광지들을 돌아보았다. 우리 일행은 두오모 성당에 들어가 15세기경에 만들어 졌다는 그 유명한 스테인드글라스를 구경하고 성당 주변을 맴돌았다. 두오모 광장은 젊은이들이 약속 장소로 많이 이용하는 곳이였다. 이곳에 서 있으면 밀라노의 최신 패션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해서 돌아 보았다.

그러나 한 눈을 팔다가는 소매치기에게 빽이나 지갑을 도둑 맞기 좋은 곳이였다. 우리 일행 가운데도 이곳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다. 밀라노의 소매치기들은 한국인을 일본인으로 알고 소매치기 대상 1호로 꼽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일본인보다도 한국인들이 돈을 많이 갖고 다녀 한국인들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

두오모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패션의 거리 쇼핑의 천국이라는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가 있었다. 이곳에는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중저가 브랜드 베네통을 비롯해 스테파넬, 샤넬, 프라다 같은 유명 브랜드 매장을 방문했다.

두오모 성당 앞에서
두오모 성당 앞에서
베네통은 한국에서 비싸게 팔리지만 밀라노에서는 한국의 이랜드처럼 중저가 브랜드정도였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다. 우리 일행도 이곳에서 쇼핑을 했다. 일부 인사들은 좀 지나치게 쇼핑에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가죽 제품 같은 한 두 가지 상품만 선택하는 등 알뜰한 쇼핑을 했다.

밀라노시는 온통 고대 유물들로 뒤덮여 있고 도시 전체가 관광상품이였다. 밀라노시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전체가 온통 관광 상품으로 포장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이런 관광도시의 장점으로 인해 섬유는 물론 패션산업과 전시회 같은 산업들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세계적인 섬유패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밀라노처럼 문화, 관광 산업이 함께 연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문화 및 관광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탈리아를 많이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섬유패션산업 역시 밀라노를 보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거리에 서 있는 이탈리아인들의 패션을 보니 하나같이 세련되고 멋쟁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주5일 근무에다 오후 5시가 되면 근무가 끝나(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는다)기 때문에 여가시간이 많고 그만큼 패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원래 신체 조건이 좋고 섬유패션산업도 발전했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도 더 세련돼 보였는지 모른다.

이탈리아인들은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다열적이고 성질이 급하다고 한다. 그래서 말이 많고 신경질 적인 면도 있지만 다정다감한 면도 있다고 했다. 우리가 타고 다녔던 버스 기사도 하루종일 무선전화기로 전화를 할만큼 말이 많고 시끄러웠다.

유럽은 전지역이 무선전화기(인공위성수신)로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 나라도 머지 않아 무선전화기가 많이 보급되고 이탈리아인들처럼 사소한 것도 참견하면서 시끄럽게 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중략)

4일째 마지막날 우리 일행은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밀라노를 떠나 알프스산맥을 바라보며 스위스로 들어갔다. 이탈리아 국경을 넘는데는 간단한 절차만 거쳤다. 유럽이 이미 하나의 통합국가(EU)를 형성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잇는 고속도로에는 독일과 프랑스, 북유럽 등에서 여행을 나선 차량들이 간혹 보였다.

차량 번호 판만 보면 어디에서 왔는지 구별할 수 있었다.  스위스로 들어가는 고속도로변의 농촌은 대부분 산비탈에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잘 다듬어진 산언덕에 양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나는 알프스산맥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동경했던 그 알프스 산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정말로 그림 같은 집들이 보였다. 우리 나라도 설악산이나 오대산 같은 경치 좋은 곳이 있지만 유럽도 역시 알프스는 감탄할 만 했다. 스위스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곳곳에 호수들이 많았다.

우리 일행은 숲속의 호수 피어발트슈테르(일명 루체른 호수) 호수의 물줄기를 따라 알프스의 산줄기를 넘어 스위스 3대 도시이며 호수로 둘러 쌓인 루체른(Luzern) 으로 들어갔다. 카펠교(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리)를 둘러보고 도심지 한 가운데 자리잡은 루체른 호수 선착장에서 여행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머리를 식혔다.

루체런 호수 주위에는 스위스의 부자들이 즐기는 소형 보트들이 즐비했고 호수가에는 생의 무료함을 달래려는 은빛 노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스위스 역시 오후시간 업무를 마친 젊은이들과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공원이나 호수가로 몰려 나와 자신들이 골라 입은 패션을 뽐내고 있었다.

자살율이 높다는 부자 나라, 세계의 부호들이 별장을 짓고 은행에 비밀계좌를 갖고 있는 중립국 스위스에서 나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돈이 있고 여유가 있다면 이 곳에서 한번쯤 살아 봤으면 하는 생각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것 같았다.

우리나라 보다 앞서 있는 패션의 나라 이탈리아와 스위스(유럽)를 보면서 한국 섬유패션산업이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는 느낌도 받았다. 여러가지 생각이 호수의 물결 처럼 잔잔히 밀려왔다. 여행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석양이 지고 있는 루체런 호수가를 뒤로 한 채 우리 일행은 공항이 있는 취리히로 향했다.[1995/10/05 조영준의 여행다이어리에서](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www.okfashion.kr

 

■ 뉴스위치(섹션목록): 패션저널 > PLUS PLUS > ▶TRAVEL NEWS(여행뉴스)


기획/특집섹션 목록으로





아트몰링 부산본점, ...
디지아이, 1.6m 전사 ...
미국 섬유패션 경기 ...
칼럼-피겨 여왕 김연...
 Starr (2011-10-25 09:11:35)     70   0  
If you're looking to buy these atircles make it way easier.

이름 비밀번호
[1]




 

코오롱스포츠, 100% ...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한인숙 기자]코오롱...
뉴발란스, 'NB GO OUT &...

섬유스마트공정연, 소...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공주=구동찬 기자]...
효성, 친환경 섬유 ‘리...


칼럼-에티컬 패션에서...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허북구 나주시천연...
칼럼-천연염색, 전기차...

제이에스티나 핸드백,...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원유진 기자]제이에스...
방탄소년단 美 응원단에...

■ 창간23주년 특집 ...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윤성민 기자]코로나...
인터뷰-최홍석 부산섬유...

아카이브 앱크, 2020...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한인숙 기자]코오...
새봄 맞아 매장 중간관...



상반기 유럽지역 섬유...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안정민 기자]세계...
21 S/S 프레미에르 비죵 ...

섬산련, 섬유패션업계...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이세림 기자]한국섬유...
SBA+섬수조, 동대문쇼룸 '...


한국여행-대구, 두류...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대구=안정민 기자]...
한국여행-남양주, 청학천

음식-짜조, 분짜, 쌀...
!-짜조(Cha gio/차조): 베트남의 튀...
음식-반쎄오(bánhx...



오늘생각-바이러스 불...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집콕 생활이 지속되고 ...
오늘생각-바이러...
 
 
포토뉴스
(주)BSG기술연...
영상뉴스
텍스TV-ITMF An...
스타뉴스
레드벨벳 아이...
인터뷰
인터뷰-한상웅 ...
여행뉴스
세계여행-홍콩(...
음식뉴스
이랜드리테일, ...
광고안내 | 구독신청 | 행사달력 | 광고/AD | 사이트맵 | 회원자료 | 블로그/SNS | 포토갤러리 | 독자포토 | 협력매체 | 회사소개 | 푸드저널 | 투어저널 | ITFOCUS | 패션저널
회원약관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 보호정책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텍스타일라이프(발행인 조영준). 등록번호:서울 다-06690, 등록(창간)일자:1997년 7월 27일, 청소년보호책임자:박윤정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21길 25,6층,T:02-3665-6950(본사),053-556-6078(대구),F:02-6008-2774,E:okf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