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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속에 일떠서는 한민족]-4

뉴스일자: 2007년05월26일 12시00분

그는 해마다 두세 차례 하이난을 오가며 농장 마련을 위한 준비를 해나갔다, 하지만 그는 실제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고생을 하다 보니 한 곳에 정착해 살고 싶었고, 나중에 여건이 되면 농장을 하는 게 좋겠다는 막연한 꿈 하나만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말도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먹어 보지도 못한 열대과일을 가꾸는 농장을 꾸리겠다며 여기저기 땅을 보러 다닌 것이다.

 

이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한 행동이었다. 이런 경우 중국에서는 사기당하기 십상이다. 오히려 사기를 당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고, 북방 지역의 경우는 실제로 목숨조차 부지하기가 힘들 정도로 여겨지는 게 이곳의 정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김 씨는 통역을 하던 동포에게 보기 좋게 사기를 당했고, 그 동포가 소개해 준 이곳 관리와 주민으로부터도 땅 소개, 계약서 작성, 재료 구입 과정 등에서 계속 피해를 보았다.

 

결국 농장을 차리기도 전에 200여 만 위안(한국 돈 약 2억 8천만 원)이라는 돈을 날렸다. 학비라 치기엔 너무도 비싼 액수였다.


“정말 맨 땅에 헤딩을 한 셈이죠.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를 참 많이 겪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여기서 인생의 끝을 보자는 오기가 생겼죠.”


어느 날 그에게 기대하지 않은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다. 당시 김 씨 집을 오가며 파출부로 일하던 연변 왕청 출신의 김영옥(47) 씨가 절망 속에서 힘들어하는 김 씨를 지켜보며 저간의 사정을 듣곤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던 것.

 

김영옥 씨는 지금은 농장의 총경리(사장)를 맡아 김 씨와 함께 일하고 있다. 그녀는 “당시 김 씨가 이곳의 법규와 절차, 관습을 전혀 모르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이것저것 도와주다 보니 나 자신도 모르게 농장 전문가가 되어 버렸다”며 웃는다.

동포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농장 마련해

이런 우여곡절 끝에 그는 2000년 6월 김 씨의 도움으로 산야 시내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이곳 산비탈에 350무(한국 평수로 약 10만 평)를 30년 임대로 구입해 자신이 그렇게도 원하던 농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믿을 수 있는 김 총경리의 도움으로 농장을 확보한 그는 한국에 있던 집과 밭을 다 팔아 농장에 쏟아붓는 ‘마지막 도박'을 감행, 농장 언덕에 텐트를 쳐 놓고 그곳에서 먹고 자면서 억척스럽게 산비탈을 파헤치며 개간하기 시작했다.


이런 고생 끝에 조금씩 그에게 결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해에는 일꾼들 숙소와 창고 등을 마련했고, 2001년에는 망고 묘목을 심는 동시에 묘목 사이에 수박을 재배해 약 5만 위안의 수익을 올렸다.

 

이 돈은 파파야 종자를 사는 데 모두 투자했다. 담배 연기를 쏘이기만 해도 죽는다는 파파야는 재배하기가 극히 까다로운 작물로 소문나 있었다. 이곳 사람들도 어지간한 기술과 경험이 없으면 재배할 엄두를 못 낸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 씨는 파파야에 도전했다.

 

근처 대만 출신 농장주에게 파파야 종자를 구입해 기술지도를 받는 한편, 파파야를 재배하고 있는 주변 농장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경험담을 직접 듣고 정성껏 재배에 나섰다. 농장 전문가들도 대체로 몇 차례 실패 끝에 싹을 틔우는데 김 씨는 첫 재배에서 기적처럼 성공했다. 같은 종자로 아홉 차례 모두 실패한 현지 한 농장주가 찾아와 기술지도를 요청할 정도였다. 김 씨의 재배 방법을 들은 그 농장주는 “한국인은 참으로 대단한 민족”이라며 혀를 내두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는 다른 농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비료 대신 한국식 퇴비를 자체 생산해 해마다 두 차례씩 거름을 주는 유기농법을 고집했다. 그 결과 3년산 망고나무의 굵기와 높이가 다른 농장의 7, 8년 산과 맞먹는다고 한다. 그가 재배한 파파야는 하이쿠 농산물시장에서 도매상들이 서로 앞다투어 사려고 쟁탈전을 벌이는 최고의 ‘한국농장' 과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제 김 씨의 ‘한국농장'에는 망고, 파파야 등 1만3천여 그루의 열대과일이 수확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생산한 열대과일을 한국과 일본 등지로 수출하는 게 남은 목표라고 말했다.

성공 비결은 현지 일꾼을 내 식구처럼

김 씨가 천신만고 끝에 이국 당에서 열대과일 농장을 성공적으로 가꿀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 그 자신의 농장에 대한 집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공 비결은 현지 고용인을 식구처럼 대하며 함께 동고동락하고, 고용인의 친지들인 주민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했다는 점에 있다.


초기에 농장을 개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농장 주변 주민들이 농장 물건을 마치 제집 물건처럼 가져가 버리는 것이었다 한다. 이들은 하이난 섬 원주민 가운데 한 종족인 ‘이족'으로 인도차이나 반도 쪽 사람들과 비슷해 육지의 한족과는 많이 다르다. 그들은 김 씨가 농장을 만들기 위해 마련해 놓은 각종 장비나 시설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몰래 가져다 썼다. 공안(경찰)에 신고를 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는 다른 방식으로 실마리를 풀었다. 먼저 마을 사람들을 모아 한국식으로 돼지도 잡고 음식을 만들어 마을 잔치를 벌이며 ‘신고식'을 치른 뒤, 마을의 젊은 사람들을 농장 일꾼으로 고용했다. 그랬더니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일꾼들이 너무나 게으르고 불성실했던 것. 그는 솔선수범해서 나무 뿌리를 줍고 쓰레기를 모아 태우며 깨끗하고 부지런한 모습을 그들에게 먼저 보여주었. 하고자 하는 일은 꼭 하고야 만다는 한국인의 이미지도 심어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집보다 이들을 위한 숙소부터 지어 주었다. 위성 텔레비전을 설치하고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 시설을 갖추고 자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랬더니 이들은 주말조차 집에 가지 않고 숙소에서 지냈다.

 

더욱이 그는 다른 농장보다 임금을 많이 줄 뿐만 아니라 한달에 두 번씩 회식을 하며 한 식구라는 생각이 들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그 결과 지난 4년여 동안 이곳의 일꾼은 한 명도 바뀌지 않았다.

 

일꾼을 구하지 못하는 농번기에도 이곳에는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찾아왔을 정도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일꾼 복장을 ‘붉은 악마' 티셔츠로 통일시키자 평소 숙소에 머물던 이들이 마을로 나가 자랑하며 다녔다고 한다.


이렇듯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신뢰로 자신만의 ‘천국'을 일군 그는 이곳 18개 이족 마을에서 유지로 대접받고 있으며, 지역 공관과 관계자들로부터도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다. 게다가 맨 땅에 헤딩으로 300만 위안(한국돈 약 4억 2천만 원)을 들여 일군 농장의 땅값도 크게 올라 그간의 고생한 보람을 이제야 찾은 듯했다. (한겨레신문 차한필 기자)(출처:텍스타일라이프 www.wtn21.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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