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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제희신'으로 해외시장 공략하는 신재희

뉴스일자: 2013년05월01일 09시45분

남성복 제희신, 스포티브 클래식 강화로 해외시장 확대 전력
내수 겨냥한 여성복 32 디쳄브레 출범, 전 영역 아우르는 디자인 하우스 만들 것


[패션저널:강두석 편집장]부지런히 탐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성실하게 실천하는 디자이너.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이든 실체로 만들어내는 디자이너. 화려한 기교보다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디자이너. 디자이너 신재희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변주를 시도하며 자신의 진가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현란한 눈요깃거리보다는 내면의 기품과 품격을 추구하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아 편안함을 준다. 여기에는 철학적 사유를 가장 단순한 라인으로 표현해내려는 그만의 노력이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이 가지는 힘은 대부분 이로부터 비롯한다.

 

그는 동대문에서 대형 의류 도매업을 운영하던 부모님 밑에서 자랐으나, 그 자신이 의류 관련 직업을 가지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않았었다. 유·소년 시절에는 인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순탄하게 생활해왔다. 그러나 옷은 이미 어렸을 적부터 익숙해 있었고, 익숙하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큼의 크기와 무게로 다가오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그의 진로는 유년 시절부터의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늦게 결정됐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그의 관심은 인문학으로부터 급격하게 패션으로 기울었다. 넘치는 감성이 그를 순탄하게 놓아두지 않은 까닭이다. 이후 건국대학교 의상학과에 진학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패션 디자인에 입문하게 된다.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오히려 갈증은 커졌다. 학문적인 패션 디자인 공부보다는 실무적인 패션 디자인에 대한 갈증이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와 패션 선진국의 격차는 컸다. 그 격차를 그 스스로 인정하면서 생긴 갈증이기도 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놓고 나름대로 자료를 찾아보고 정보를 모으며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어느 쪽으로든 선뜻 결정할 수 없을 만큼 양쪽은 확실한 특성과 보편적인 강점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이탈리아로 결정하고 대학 2학년을 마치면서 휴학을 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패션 스쿨 마랑고니였다.

 

마랑고니에 입학한 후 그는 이탈리아의 다양한 문화적 감성과 창조성을 직접 보고 겪으며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기본에 충실하면 내용을 채워가는 것은 쉽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이탈리아 문화의 다양성에 매료돼 생활하면서 마랑고니에서 여성복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마랑고니를 마치면서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돌체 앤 가바나로부터 취업 의뢰를 받았다. 여성복을 전공했기 때문에 남성복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감하게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선택했다. 아르마니에서 3년 남짓 디자이너로 일하는 동안 남성복의 디자인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정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아르마니에 근무하면서도 디자인 감성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자신의 작품들을 디자인해왔던 그는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옷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아르마니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브랜드 제희신(Jehee Sheen)을 출범시켰다.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기에 결행한 일이었다. 제희신은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브랜드인 셈이다.

 

제희신은 출범하면서 세계 최대의 남성복 견본시인 피티워모에 참가하게 된다. 이 전시회 참가를 계기로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고, 국내에서는 국내 최초의 피티워모 참가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피티워모에는 2009년과 2010년에 연속으로 참가했다.

 


그 사이 이탈리아의 경기는 급격하게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그도 전반적인 경기 악화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이탈리아에서의 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하기에 이른다. 제희신은 그렇게 국내 소비자들과 만나게 된다.

귀국하면서부터 그는 쉼없는 작품 활동으로 매 시즌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며 그의 역량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매 시즌 기복없는 작품력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패션 유통시장의 후진성과 작은 국내 남성복 시장의 규모는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원활한 판매를 보장받을 수 없는 구조다. 이같은 국내 남성복 시장의 현실을 꿰뚫고 있던 그는 철저하게 해외시장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 결과 제희신은 중동과 동남아 등의 아시아 지역과 프랑스 및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 시장에서 특히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갤러리아 백화점과 가로수길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희신은 앞으로도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제희신이 해외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데는 브랜드의 정체성인 동양철학의 해석과 반영에 기인하는 바 크다. 그의 인문학적 상상력은 동양철학을 재해석해 이를 작품에 반영하는 것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고전 사상으로부터 작품의 주제를 잡아내지만, 그의 작품들은 고루하지 않고 가장 현대적이다. 유·소년 시절 인문학에 가졌던 관심은 이렇게 그에게 끊임없는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그의 인문학적 관심은 꾸준한 탐구와 사유의 과정을 거쳐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동양철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9개의 작은 정사각형을 붙여놓은 제희신의 브랜드 심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사상에서 광활한 우주, 혹은 불멸의 영원을 상징하는 숫자 9를 형상화해 브랜드 심볼로 삼았기 때문이다.

 


제희신이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해 가을 32 디쳄브레(Dicembre)를 브랜드 명으로 여성복을 전격 론칭했다.

 

실재하지 않는 12월 32일은 가장 진화된 오늘이라는 또 다른 철학적 사유가 녹아 있는 브랜드다. 더구나 여성복 브랜드 32 디쳄브레는 그가 대학 2학년 때 이미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로 등록해놓은 것을 그대로 브랜드명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는 이미 그때부터 그의 미래 설계를 구체화하고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을 겨냥해 출범시킨 32 디쳄브레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군에서는 비교적 드문 중고가대 시장을 겨냥하고 내놓은 브랜드지만, 겨냥하고 있는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현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해외 바이어들은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국내에서도 서서히 관심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성복 제희신은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공략하고, 여성복 32 디쳄브레는 내수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제희신은 향후 컬렉션보다는 해외 전시회를 중심으로 참가하고, 지난 몇 차례의 경험을 살려 패션필름 작업도 더욱 확대할 생각이다.

 

또한 스포티브 클래식의 비중을 더욱 강화해 이를 전체 물량의 70%까지 확대한다는 전략도 마련해놓고 있다.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패션의 본고장인 파리패션위크에 진출, 해외시장 확대에 전력을 경주할 방침이다.

 


32 디쳄브레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에서 중고가 시장을 개척하는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시장성이 약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중고가 시장을 겨냥하는 것은 디자이너 브랜드라면 마땅히 소재는 고급스러워야 하고, 여기에 디자이너만의 감성이 녹아들어야 한다는 그의 오랜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소재를 구하는 일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는 그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스스로 세운 원칙을 포기할 생각은 결코 없다.

 

경륜이 오랜 디자이너에게도 어렵다는 남성복과 여성복의 병행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택한 그는 항상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갈망한다. 거기에 자신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누구든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굳이 자신이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에서 그의 의지를 엿본다. 그의 아름답지만 힘겨운 도전은 그래서 더욱 가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의 도전이 어디서 멈출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결국 그가 꿈꾸는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디자인 하우스를 탄생시키는 작업도 마냥 꿈만은 아니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그가 디자인은 영역을 가르지 않고 모두 한 길로 통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한 그의 꿈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일 것이기 때문이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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